세대 다양성 국회 ②국회가 외면한 '청년 민생'은 바로 이것

2024년 02월 15일 20시 00분

21대 국회가 '청년 민생 법안'을 외면했다. 이 법안들의 통과 여부에 생존과 미래가 달려 있는 청년도 많았지만, 국회의 대답은 무성의와 방치였다. 상당수 청년 관련 법안들은 발의만 된 채 전혀 논의도 되지 않고 있었다. 틈만 나면 청년들에게 표를 달라며 '청년 정책'을 외치던 우리 국회의 맨얼굴이다. 
<관련 기사>
① 
청년 영입 외치더니...청년 법안은 푸대접
② 국회가 외면한 '청년 민생'은 바로 이것
'젊은 국회'를 상상하다

가결률 2.45%, 방치된 '청년 법안'들

뉴스타파는 21대 국회 개원 직후부터 지난해 12월 31일까지 발의된 법률안 2만2469개(지난해 12월 31일 기준 재적의원 298명 대표발의 법률안) 중 '청년 키워드 법안' 980개를 추출했다. 창업·결혼·육아·신혼·대학생·임신·출산 등 청년과 밀접하다고 판단되는 키워드 27개를 사용했다. 이 980개 법안의 가결률(원안 및 수정가결)은 2.45%였다. 전체 법안 2만2469개의 가결률은 5.13%로 청년 키워드 법안의 가결률은 전체 평균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하기 위해선 많은 과정을 거쳐야 한다. 법안이 발의되면, 분야에 따라 먼저 국회 상임위원회에 배정되고, 상임위 소속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에서 논의를 거쳐야 한다. 이후 법안소위 논의가 충분하다고 판단되면, 상임위 전체회의에 상정돼 의결을 받는다. 이렇게 상임위를 통과한 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돼 또 체계·자구 심사를 거친다. 법안이 법사위도 넘으면, 드디어 본회의에 올라 법안 가결 여부에 대한 투표를 진행하게 된다.
이런 여러 단계 속에서 법안 대다수는 내용이 유사한 다른 법안과 합쳐지거나 사라진다. 문제는 980개 청년 키워드 법안의 경우, 통과를 위한 노력의 흔적조차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이다. 980개 법안 중 절대다수는 발의만 됐을 뿐 상임위 회의에 상정되지 않는 경우가 허다했고, 혹여 상정됐다고 해도 논의 기록은 없었다. 방치였다고 밖에 볼 수 없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방치된 청년 민생 법안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정말 우리 국회가 법안 논의를 미뤄도 괜찮을 만큼, 당장 시급하지 않거나 중요도가 떨어지는 의제들일까. 

국회가 외면한 청년 양육자의 고통 

31살 전은솔(가명) 씨는 6살 아들을 홀로 키우는 양육자다. 전 배우자가 외도해 수년 전 이혼했다. 이혼하며 전 배우자는 월 60만 원 양육비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2022년 초부터 양육비 지급이 연체되기 시작했다. 양육비를 달라고 여러 차례 전화하고, 문자 메시지도 남겼지만 전 배우자는 받지 않았다. 나중에는 아예 번호가 차당당했다. 
양육비가 들어오지 않자 당장 생활에 어려움이 생겼다.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과 고기를 덜 사주게 됐고, 주말 현장 체험학습을 못 가는 일이 더러 생겼다. 돈은 부족한데 아이는 몇 개월 사이에 쑥쑥 컸다. 새 옷 대신 중고 옷을 사야 했다. 
아이와 함께하는 시간도 줄었다. 월 60만 원의 양육비가 사라졌으니 노동 시간을 줄일 순 없었다. 평일에 아이를 볼 수 있는 시간은 출근 전 유치원을 데려다 줄 때와 퇴근 후 1~2시간이 전부였다. 은솔 씨는 "아이가 마치 애정 결핍처럼 힘들어하는 걸 느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양육비를 마련하려면 일을 줄일 수가 없어서 미안하죠"라고 말했다. 
31살 전은솔(가명) 씨는 혼자 아이를 키우는 양육자다. 그는 매일 아침 아들을 유치원에 직접 등원시킨 뒤 일터로 간다. 비양육자인 전 배우자는 매달 60만 원 양육비를 줘야 하지만, 1년 넘게 미지급해 왔다. 
법과 제도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 현재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제재 과정은 다음과 같다. 먼저 법원에서 비양육자에게 양육비 지급 규모를 정한다. 비양육자가 계속 양육비를 주지 않으면, 양육자는 법원에 이행명령 소송을 제기하고 몇 개월을 기다려 판결을 받는다. 이행명령 판결에도 불구하고 3개월 이상 양육비를 안 주면, 양육자는 이번에는 감치명령 소송을 제기한다. 또 몇 개월을 기다려 감치 판결을 받는다. 
문제는 양육비 미지급자들이 여러 편법으로 법원의 이행명령과 감치 판결을 피해간다는 점이었다. 대표적인 수법이 실제와 서류상 주소지를 다르게 해 판결문 송달을 막는 것이다. 법 체계상 당사자에게 판결문 전달이 완료돼야 판결의 효력이 발생한다는 사실을 악용했다. 은솔 씨는 "아직 이행명령 판결문도 전 배우자에게 송달 완료가 안 됐어요. 실제 주소지를 계속 숨기니까 판결문이 갔다가 계속 돌아오는 거죠. 그럼 저는 다음 단계인 감치 소송을 제기할 수도 없어요"라고 말했다.
감치 판결도 마찬가지다. 판결문을 안 받으면 된다. 심지어 감치의 경우 구속력이 매우 약해 집 안에 양육비 미지급자가 있는 게 확인돼도 경찰이 문을 강제로 개방할 수 없다. 은솔 씨는 "감치 판결을 받아도 경찰이 양육비 미지급자를 쫓아다니는 게 아니에요. 저희가 찾아서 '지금 여기에 있다'고 신고해야 합니다. 혼자 아이 키우면서 돈도 벌어야 하는데, 저희가 언제 미지급자의 실제 주소지를 찾아내고 있나요?"라고 말했다. 
여성가족부의 '2021년 한부모 가족 실태조사'에 따르면, 만 18세 이하 자녀를 둔 한부모 가정 중 양육비를 한 번도 받지 못한 경우는 72.1%, 과거에 받았지만 최근에 못 받은 경우는 8.6%다. 

근본적 해법 놔둔 채 '땜질 처방'만 한 국회

21대 국회 회기 동안,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들은 여러 번 국회를 찾아 해법을 요구했다. 2020년 국회는 양육비이행법을 개정했다. 양육비 미지급자에 대한 출국금지와 명단공개를 할 수 있게 했다. 형사 처벌 조항도 신설했다.
하지만 변한 건 거의 없었다. 여행 목적이어야만 출국금지가 가능했고, 업무 목적의 출국은 막을 수 없었다. 명단공개의 경우도 미지급자의 사진은 안 나왔고, 주소도 불명확한 경우가 많았다. 형사처벌 수위도 가벼웠다. 양육비를 수천만 원 연체했지만 다 집행유예·벌금형을 받았다. 실형이 나온 사례는 한 건도 없었다. 더 근본적으로는 원래 하던 대로, 실제 주소지를 숨기며 법원의 이행명령·감치 판결문 수령을 거부해버리면 그만이었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1대 국회의 양육비이행법 개정 후인 2021년 10월부터 지난해 12월까지 명단공개·출국금지 등 제재를 받은 양육비 미지급자(504명) 가운데 양육비를 전부 지급한 비율은 4.6%(23명)에 불과했다. 
사실 21대 국회엔 이미 근본적인 해법이 있었다. 국가가 대신 양육비 미지급분을 주고, 이를 미지급자에게서 징수하는 '양육비 대지급' 법안이었다. 
국가가 양육비를 대신 지급했다는 것은 회수의 권한도 국가에 있다는 것을 의미해요. 개인이 조르거나 찾아가서 독촉하는 게 아니라요. 그리고 세금으로 대신 양육비를 줬으니까, 그걸 제대로 회수하라는 국민들의 요구도 크겠죠. 국가는 그 요구에 부응해 개인보다 훨씬 더 잘 양육비를 회수할 수 있어요. 국가는 국세청 등을 갖고 있잖아요. 더 많은 정보가 이미 있고, 강력한 권한과 인력 배치를 통해 적극적으로 징수할 수 있잖아요. 양육비 대지급 제도는 정말 필요한 법률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민숙 /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연구관
21대 국회에 발의된 양육비 대지급 관련 법안은 모두 7개다. 그러나 통과된 것은 하나도 없다. 심지어 법안 통과의 첫 단계인 상임위 법안소위 문턱을 넘은 것도 전혀 없다. 그나마 상임위 회의록에 논의 기록이 있는 것도 2020년 9월 여성가족위원회 회의가 전부였다. 21대 국회 4년 중 3년이 넘는 시간 동안 양육비 대지급 법안에 대한 논의는 전무했다. 국회 종료 약 3개월을 앞둔 시점, 양육비 대지급 법안 7개의 자동폐기는 확정적이다.
우리 사회의 이혼·비혼 가정은 늘어나는 추세다. 적지 않은 비율이 20·30대다. 홀로 아이를 키우는 청년 양육자도 점점 많아질 것이다. 양육비 미지급 문제는 이들에게 갈수록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은솔 씨는 친구들에게 '아이를 낳지 말라'고 말한다.  
'아이를 낳고 싶다. 낳는 게 어떻겠냐'하고 물어보는 친구들한테는 솔직하게 '현실적으로 너 혼자 키울 수 있다고 생각이 되면 낳고 그게 안 될 것 같다고 생각이 들면 낳지 마라'라고 말해요. '만약에 이혼하게 됐을 때는 아이는 키우는 사람이 다 부담을 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야 어느 정도 마음의 준비가 될 거다.' 다들 (처음에는) 양육비가 잘 지급될 거라고 생각하지, 안 될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잖아요. 저는 (출산을) 많이 반대하는 편이에요.

전은솔(가명) / 직장인
뉴스타파와 인터뷰 중인 전은솔(가명) 씨의 모습. 양육비 미지급 피해자인 전 씨는 친구들에게 '출산하지 말라'고 말한다고 한다. 

있는 '기숙사 법안'은 무시하고, 또 공약 내건 국회 

국회의 청년 법안 방치로 인한 피해자는 또 있다. 오진서(가명) 씨는 지방에서 올라온 대학생이다. 신촌 원룸에 산다. 엘리베이터는 없고, 건물 문에 잠금장치도 없다. 매달 월세 50만 원에 관리비 7만 원을 낸다. 보증금은 5천만 원이다.  
원래 진서 씨는 기숙사에 살고 싶었다. 하지만 학교는 '기숙사에 자리가 없다'고 말했다. 부랴부랴 서울에 올라와 자취방을 찾았다. 방이 이렇게 비싼 줄은 몰랐다. 월세가 50만 원보다 저렴한 방도 봤지만, 다 반지하거나 옥탑이었다. 
좀 더 괜찮은 집은 없는지 살펴보고 싶었지만, 고민할 시간은 없었다. 방을 보자마자 계약하지 않으면 금새 다른 사람이 채갔다. 다른 집과 비교할 여유는 허락되지 않았다. 대학 진학을 위해 상경하는 학생은 많은데 기숙사는 턱없이 부족한 현실, 입학 시기인 2월은 매해가 '방 구하기 전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6년 68.4%였던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지난해 76.2%까지 상승했다. 반면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전국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재학생 수 대비 기숙사 수용인원 비율)은 2016년 20.1%에서 지난해 22.8%로 겨우 2.7%p 올랐다. 그마저도 대학이 가장 많이 몰려 있는 수도권의 기숙사 수용률은 지난해 18.2%였다. 
서울의 한 대학가 모습.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고등교육기관 진학률은 76.2%였다. 하지만 수도권 대학의 기숙사 수용률(재학생 대비 기숙사 수용인원 비율)은 18.2%였다. 여전히 수많은 대학생들은 최소 수천만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내고 전월세방을 전전한다. 
학생들은 기숙사에 살고 싶다. 적게는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에 달하는 보증금을 안 내도 되고, 관리비도 아낄 수 있다. 월세로 50만 원이 넘는 돈을 내며 잠금장치도 없는 건물에 안 살아도 되고, 귀길 안전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기숙사를) 왜 안 지어줄까요?'에 대한 질문을 생각해 본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왜 더 안 짓지'라는 질문조차 할 수 없을 만큼 옛날부터 기숙사를 더 안 짓는 게 쌓여온 게 아닐까 싶어요. 기정사실화된 것 같아요. 저희끼리 만났을 때 가장 먼저 하는 말은 '서울에서 태어난 애들이 되게 부럽다' 예요. 잘못됐죠. 지방에서 올라왔더라도 안정적인 주거 환경에서 살 수 있어야 하는 건 당연한 것 같아요. 이렇게까지 차이가 많이 날 일인가 싶거든요.

오진서(가명) / 대학생
21대 국회에는 대학의 기숙사 확충을 위한 법안 2건이 발의됐다. 최소한 국공립대학은 학생 정원의 25% 혹은 30% 이상을 수용하는 기숙사를 설치·운영해야 한다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이다. 통상 기숙사 수용률은 휴학생 등을 뺀 재학생 수를 기준으로 산출된다. 하지만 이 두 개 법안은 '전체 정원'을 기준으로 해 기존보다 더 많은 학생들을 기숙사에 수용할 수 있게 했다. 
국회는 무관심했다. 통과는커녕, 상임위 법안소위 회의록에는 언급 흔적조차 없었다. 22대 총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은 '월 20만 원대 기숙사 5만 호 공급'을 청년 공약으로 내걸었다. 21대 국회에 방치된 위 고등교육법 개정안 두 개 모두 민주당이 발의한 것이었다. 진서 씨는 "청년의 일에 대해서 국회가 관심이 있었던 적이 있었나 라는 느낌이 들어요. 계속 기숙사가 없고 자취방 월세가 높은 것도 기정사실화돼 있으니까 '그냥 너희가 알아서 해라'라는 느낌. 그리고 선거가 다가오면 되게 시혜적으로 '너희 이런 거 더 줄게' 하는 느낌이죠"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은 22대 총선 '청년 공약'으로 '월 20만 원 대학 기숙사 5만 호 공급'을 내걸었다.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21대 국회에는 국·공립 대학 기숙사 확충 법안이 방치돼 있다.  

저출생 해결 외치면서... 육아휴직 개선 법안은 방치, 또 방치 

청년 세대에겐 일·가정 양립이 중요하다. 육아를 위해 직장을 포기하고, 경력단절을 감수해야 한다는 말은 이제 시대착오적이다. 육아휴직 제도 개선이 청년과 매우 밀접한 이유다.  
여성가족부에 따르면, 2022년 우리나라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30.2%이다. 여전히 부모 중 70%는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 그나마 육아휴직 사용도 대기업 위주다. 그마저도 육아휴직자의 70.1%(남자), 60%(여자)는 300인 이상 사업장 종사자다. 5~49인 사업장 종사자는 10.9%(남자), 19.5%(여자)다. 우리나라 노동자 중 약 60%는 50인 이하 사업장에서 일한다. 300인 이상 종사자는 약 16%에 불과하다. 정건 노무사는 "대기업이나 공무원을 제외하고 사실상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근로자는 없다. 이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육아휴직 사용을 힘들게 하는 요인 중 하나는 '육아휴직을 쓰려면 반드시 사업주 승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물론 현행법에 따르면, 사업주가 육아휴직 사용을 명시적으로는 거부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이에 사업주들은 명시적 거부 의사는 표명하지 않으면서, 동시에 승인도 계속 미루는 '꼼수'를 쓴다. 시간 끌기를 통해 노동자를 지치게 만드는 것이다.
또 다른 문제는 육아휴직 복귀 후 불이익의 모호한 정의다. 현행법상 육아휴직자에겐 '불리한 처우'를 하면 안 된다고만 나와 있고, 불리한 처우에 대한 정의는 없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 복귀자들은 갑자기 원거리 발령, 강등, 전보 조치 등을 당해도 침묵해야 하는 때가 많다. 이의가 있다면 회사를 상대로 소송해야 하는데, 불리한 처우에 대한 법원의 판단도 제각각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남양유업 사건이다. 2017년경 남양유업의 광고팀장으로 일하던 16년 차 직원이 육아휴직 복귀 후 팀원으로 강등됐다. 또 다음에는 원거리에 있는 물류창고로 발령이 났다. 직원은 소송을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불리한 처우'가 아니라며 회사의 적법한 인사조치라고 최종 판결했다. 
누가 봐도 사실은 육아휴직에 의한 불이익이라고 판단되고 또 상사들이 그렇게 증언했잖아요. 그렇게 하도록 했다고 (증언)했음에도 불구하고 2심 법원에서는 그거예요. '생활상의 불이익을 초래하지 않았다.' 여기에서 생활상의 불이익은 급여를 얘기하는 거예요. 동일한 급여를 지급했기 때문에 불리한 처우가 아니다. 저는 이 사건을 보면서 그렇다면 과연 우리나라의 어떤 근로자가 이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장기간의 소송을 하고, 그리고 소송 비용을 결국 다 내가 갚아야 되는데 뛰어들 것인가, 육아휴직을 쓰고자.

허민숙 /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연구관
21대 국회의원들은 모두 100개가 넘는 육아휴직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 이 중에는 육아휴직을 신청만 하면 사업주의 승인 여부와 무관하게 쓸 수 있는 '육아휴직 자동개시 법안' 6건과 '육아휴직 불이익 처우 기준 구체화 법안' 12건이 있었다. 
역시 통과된 건 하나도 없었다. 상임위원회 문턱을 넘은 법안도 없었고, 회의록에는 언급 기록도 없었다. 법안을 내놓기만 했을 뿐 통과를 위한 노력은 전무했다. 이에 대해 허민숙 국회 입법조사연구관은 "법안 대부분이 상임위에 상정되지 못했는데, 그건 (국회의원들이) 주요 법안이라고 판단하지 않았다는 이야기입니다. 지금 전세계적으로 저출생 국가로 악명을 떨치고 있으면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할 수 있는 중요한 법안들에 대해서 논의조차 하지 않는다는 건 의구심을 갖게 하죠. 정말 관심이 있는 것일까?"라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공약으로 육아휴직 자동개시 제도 도입을 내건 상태다.   
국민의힘은 22대 총선 공약으로 '육아휴직 자동개시' 제도 도입을 약속했다. 21대 국회에 방치 중인 육아휴직 자동개시 법안은 6건이다. 

21대 국회 2030대 의원은 단 13명... '청년 법안 방치'와 관련 없나

이 밖에도 미혼부의 아이 출생신고를 가능케 하는 법안, 청년 창업 활성화 법안, 비혼 가구 지원 법안, 대학 주거비 학자금 대출 법안 등 여러 '청년 민생 법안'들이 방치된 채 자동폐기를 기다리고 있다. 대학생 오진서 씨는 현재 국회의 '구성'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을 제기했다.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모든 국민에게 필요한 법이나 정책을 만드는 것이 가장 기초적인 활동이잖아요. 그런데 그 모든 국민을 고려할 수 없는 기득권 세대만 있는 혹은 기득권 집단만 있는 국회의원, 현재 국회의원의 구성이 과연 국회의 역할을 제대로 수 있는 구성인가.

오진서(가명) / 대학생
지난해 12월 31일 기준, 21대 국회 재적의원 298명 가운데 20~30대(당선 시점 기준) 의원은 13명(4.3%)이 전부다. 80% 이상은 50~60대 의원이다. 중장년에 매우 편중된 국회 구조가 법안 논의 과정과 담론 구조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지 않을까. 우리 국회의 '세대 편향성'과 방치되는 청년 법안 사이에는 정말 아무런 연관성이 없을까.  
<'다양성 국회'를 위한 특별 페이지>
https://pages.newstapa.org/2024/dashboard/
※법안 분석, 이렇게 했습니다
뉴스타파는 이른바 '청년 키워드 법안'을 분석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방식을 사용했습니다. 먼저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서 2023년 12월 31일 기준 21대 국회 재적의원 298명의 대표발의 법률안 2만2469개를 추출했습니다. 결의안, 탄핵소추안, 특별검사 임명안, 징계안 등은 제외했습니다. 그리고 청년·육아·신혼·출산·결혼·대학생·창업·채용·비혼 등 청년의 생활과 밀접하다고 자체 판단한 27개 키워드를 통해 1차로 법안을 분류한 뒤, 2차 개별 검수를 통해 '청년 키워드 법안' 980개를 추출했습니다.
국회의원 298명의 연령은 '당선 시점 기준 만 나이'로 계산했습니다. 절대다수는 당선일이 21대 총선날인 2020년 4월 15일이었습니다. 다만 재·보궐 선거를 통해 국회에 들어온 13명은 해당 시점을 기준으로 했습니다.
법안 가결률은 [(원안 및 수정가결된 법안 개수) ÷ (발의된 법안 개수) X 100%]로 계산했습니다.
의원 1인당 청년 법안 발의 건수는 [(대표발의자 연령대별로 발의된 청년 법안 개수) ÷ (연령대별 의원 수)]로 계산했습니다.
제작진
취재홍주환 최기훈
촬영김기철 김희주 이상찬 오준식 정형민
편집박서영
CG정동우
디자인이도현
웹출판허현재